서비스 종료 넋두리

2022-04-29

서비스 종료

운영하던 서비스를 종료했다. 앱의 실행을 막고, 사이트를 찾을 수 없다는 메세지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참 먹먹했다. 1년동안 서비스를 개발하며 잠도 못자고 코드를 써내려가던 일부터, 치명적인 버그로 씨름하던 일까지 머리속에 스쳐지나간다. 아쉬운 마음에 넋두리를 기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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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한 서비스는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

왜 서비스를 종료할까?

2021년 6월 부터 2022년 4월까지 11개월간 음(mm)서비스를 운영했다. 그 기간동안 우리팀은 음성 시장에서의 새로운 서비스를 도전했다. 그렇지만, 회사의 목표에 부합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의 성장곡선과 시장의 확장성도 초기 기대보다 많이 낮아져 있었다.

올해초 마스터플랜을 정하고 구체적인 분기별 스케줄링을 고민하고 있었을 때 상위 조직장에게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는 의사결정을 전달받았다. 서비스가 종료하는데 꼭 한가지 이유가 있겠냐만은 목표치에 달성하지 못한 것이 제일 큰 종료의 원인이 되었다.

그렇다! 우리는 목표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시장의 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건, 사용자들을 위한 기능이 부족했건, 또는 마케팅의 미스매치로 충분히 널리 알리지 못했건 우리 서비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실패한 서비스로 이름을 올리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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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준비 - 어떻게 해야 사용자들에게 잘(?!) 종료하겠다고 이야기 해야할까?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안고 종료 준비를 진행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며 오픈한 서비스를 내손으로 종료하려니 다양한 감정들이 떠올랐다. 코드레벨에서 객체의 라이프사이클만 생각해봤지,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을 생각하게 될줄이야.

제일 먼저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종료 소식을 전달해야할까’ 라는 고민을 했다. 우선 진행하던 모든 기능 개발을 멈추고, 사용자들에게 전달할 종료 공지 초안을 작성했다. 기대에 부합될만큼 숫자는 크지 않더라도 우리의 서비스를 잘 사용해준 사용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종료 소식의 아쉬움을 전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바로 ‘종료 타운홀’ 이었다.

종료 타운홀

운영 블로그에 공지글을 남기고, 이메일과 메시지로 그리고 또 앱 내부의 배너와 푸시로 종료 소식을 알리면서 아쉬웠던 건 바로 진솔한 이야기와 뉘앙스를 전달하기에는 글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서비스의 특성을 살려서 ‘종료 타운홀’을 열기로 했다.
사용자들을 초대해서 글로써는 전달하지 못하는 ‘만든 사람들’의 아쉬움과 서비스의 애정을 담아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우리 서비스를 잘 사용해준 사용자분들도 웃으며 안녕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서비스 종료일을 2주일 정도 앞두고 종료 타운홀을 진행했다. 오후 8시에 시작한 음성 대화방에서 진행한 종료 타운홀에서는 무려 100분 넘게 참석해서 2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서비스를 만들었던 우리들의 뒷(?) 이야기도 들어주시고, 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함께 서비스의 종료를 아쉬워하며 작별인사를 해주셨다.

이름을 나열할 수는 없지만, 서비스를 사용하며 자신의 삶이 바뀌는 경험을 하셨다는 분, 서비스 종료소식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쉬움을 말씀해주신 분, 꼭 다시 서비스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해주신 분까지 많은 분들이 서비스 종료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 해주셨다.

타운홀 행사가 진행되기 전까지 혹여나 속상한 마음에 덜컥 화를 내거나 원망하시는 분이 있으면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부질없는 일이었다. 참석해주신 분들은 서비스를 잘 만들어 주어서 고맙다고, 그동안 수고했다며 우리팀에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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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홀 마지막 순간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발자취를 먹고 산다.

어릴적 아버지에게 왜 매일 TV에서는 싸우고 다투고 안좋은 이야기만 뉴스로 나오는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 때 아버지는 “새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는데 나쁜 사람들만 TV에 나오고 좋은 사람들은 잘 나오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세상이 굴러가는건 좋은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이셨던 기억이 난다.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동안에는 사용자들을 직접적으로 대하기가 어려워 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지금 들어온 이 ‘CS-고객문의사항’ 하나가 특정 한 사람의 문제인지 여러 사람의 문제인지 또 우선순위가 낮은지 높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개선의견을 듣게 되더라도 진행중인 일의 스케줄에 밀려서, 또 구현하기에는 너무 많은 리소스가 들어서라는 이유로 어느 한켠에 ‘VOC #56’같은 이름으로 저장되기 일쑤다. 누군가에게는 애정어린 목소리일 수도 있는데, 나에게는 일의 하나로 다가오눈 순간들이었다.

그렇지만 종료 타운홀을 진행하고 나서 든 생각은 예전 아버지의 말씀과 같이 ‘서비스를 잘 사용해주시는 많은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가 유지되고 성장해나가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거구나’ 라고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 동안 CS라고 하면 대부분은 재현이 안되거나, 당장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나도 모르게 해결하기가 어렵워 귀찮고 힘든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잘 사용해주시고, 또 애정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더 잘 해내지 못한 미안함, 아쉬움. 순간순간 푸념하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서 기억하고 잊지 말기로 했다.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발자취를 먹고 산다.

종료 순간의 아쉬움.

공식적인 서비스 종료시각이 다되었을 때까지 서비스 사용자분들은 자리를 지켜주셨다. 셧다운 오퍼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시퀀스 하나하나를 처리해 나갈 때 괜시리 코끝이 찡했다. 비록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종료하는 서비스지만 많은 분들께 미처 몰랐던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라는 걸 느꼈다. 다시금 이런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다음번에는 실패로 기록되지 않는 서비스이길 바래본다.

마지막 순간, 이 노래가 딱 우리 이야기인듯 귀에 감겨왔다. 그리고 2022년 4월 29일 15시.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

서비스는 공식적으로 종료했지만, 아직 몇가지 뒷정리가 남아 있다. 개인정보의 완전한 파기 작업부터 인프라 정리 까지 챙겨야할 일들이 무척이나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함께한 동료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다시 새로운 미션을 위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한다. 누군가는 떠나가고, 누군가는 다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래도 기존의 멤버 대부분은 다시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서비스가 종료하는 마당에 팀도 공중분해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함께 새로운 일을 진행할 기회를 얻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좋은 동료들을 마주한 덕분에 울고 웃으며 힘들지만 즐겁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 팀동료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제 다시 새로운 일을 마주해야한다. 못다한 이야기, 남은 그리움은 가슴한켠에 묻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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